요즘, 마포의료생협은

[문화일보]환자가 주인인 병원·가족 같은 의사… “과잉진료 없지요”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마포의료생협의원에서 전재우 원장이 환자의 치아건강을 점검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예방접종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 배꼽이 아물지 않아서 걱정이에요.”

지난 23일 태어난 지 2주 된 아기와 함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원(이하 마포의료사협의원)을 찾은 조합원 A(여·45) 씨는 아기에 관해 평소에 궁금해하던 내용을 계속 물었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 경험이 적잖이 쌓였지만 세상에 갓 나온 셋째 아이의 건강이 늘 염려스러웠다. 아기가 딱히 아픈 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 와서 아기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어떤 것을 챙겨줘야 하는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에 대한 상담을 받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마포의료사협의원은 이렇듯 조합원들의 건강을 상시적으로 보살펴주는 주치의 병원을 표방하며 지난 2013년 11월 첫발을 내디뎠다.

 

2009년 성미산마을 주민 30명이 주축이 돼서 마포지역을 대상으로 한 의료사협 설립을 위한 준비모임을 만들었다. 당장 조합병원을 만들기에는 일할 의사도 없었고, 자본도 없었다. 이후 뜻을 함께하는 조합원들은 점점 늘었다.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인을 비롯한 인근 주민들과 망원시장 및 홍익대 일대 상인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해 조합원은 300명으로 늘어났다. 출자금이 늘고 공간과 인력이 확보되자 마포의료사협의원은 준비 모임 4년 만에 조합 병원을 설립했다.

 

아직까지는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지만 조합원과 환자가 조금씩 늘면서 경영이 안정돼가고 있는 중이다. 병원 개원 7개월째인 지난 5월을 기준으로 조합원 숫자는 850가구를 넘어섰다. 조합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 조합원 자격을 갖는데 4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마포의료사협의원은 3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주인인 병원인 것이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5만 원의 출자금을 납부해야 하고, 매월 자율적으로 조합에 후원금을 납부할 수 있다. 출자금은 지난 5월 기준으로 1억6571만 원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마포지역 주민들이 조합원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병원은 치료가 필요할 때 가는 곳이고, 많이 아픈 곳이 없어도 병원을 찾으면 이런저런 진료를 받게 된다. 불필요한 약을 지어 먹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병원은 의사나 원장이 주인으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진료 항목을 늘릴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마포의료사협의원은 환자인 조합원들이 병원의 주인이다. 병원 설립 목적 자체가 이윤 추구가 아니라 조합원들의 건강 증진과 공익 증진에 있으므로 과잉진료가 거의 없다. 임상희 마포의료사협 사무국장은 “생협의원의 의사는 군림하는 의사가 아니라 조합원들의 주치의로서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의료지식을 독점하고 눈앞의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남발하거나 불필요한 진료를 강요하는 일부 영리병원과는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또 마포의료사협에는 주치의의 진료 이외에도 조합원들 사이에 건강생활을 위한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 돼있다. 자연출산사랑방, 천연생활재만들기, 건강반찬만들기 등 조합 내 다양한 소모임이 존재한다. 조합원들 중에는 의사와 약사, 한의사 등 다양한 의료인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료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조합 활동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마포의료사협의원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전재우 원장 역시 마포구 주민이면서 마포의료사협 조합원이다. 지난해 서울북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전 원장은 마포 지역에 의료 협동조합 병원이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뜻을 함께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이직을 했다. 전 원장은 “제가 의사이기는 하지만 저도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조합원 중의 한 명”이라며 “의료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고 조합원으로서 조합 내 각종 소모임과 행사, 이사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조합원들과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원장에 따르면 마포의료사협의원은 아직은 설립 초기여서 사회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장차 지역사회 재생, 소외계층 의료지원 등 공공 영역으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가출청소년들에 대한 건강검진,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찾아가는 진료 서비스, 일반 병원 방문을 꺼리는 트랜스젠더나 게이 등과 같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공도 계획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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