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포의료생협은

[경향신문] “하루 벌어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무료 건강검진 해주니 의지가 돼요”

“하루 벌어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무료 건강검진 해주니 의지가 돼요”
김여란·조형국 기자 peel@kyunghyang.com

ㆍ마포의료생협 ‘찾아가는 건강검진’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 내 한 빈대떡집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 김명숙씨(49)는 한국에 온 뒤 지난 23일에 첫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날 오후 마포의료생활협동조합 의료진이 시장 사무실로 찾아와 상인 50여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김씨는 “외국인이라 보험이 없는데도 할 수 있느냐”며 “보험 때문에 병원 가기도 어렵고, 건강검진은 비싸서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우리한테도 이렇게 해주니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마포의료생협의 ‘찾아가는 건강검진’ 프로젝트로, 종일 가게를 지켜야 하는 상인들과 의료보험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한 것이다. 소변, 혈압, 간기능·신장·빈혈 등 10개 항목을 진단하는 혈액 검사, 체성분 분석 등 20여분간의 간단한 검사지만 모두에게 소중한 기회였다.

마포의료생활협동조합 의료진이 25일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홍익대 주변 활동 예술인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 보험 없는 외국인 노동자·지역상인
의료취약계층 대상 소변·혈압 등 검사
내달 11일 검진센터 갖춘 병원 개원

“운동 일주일에 몇 번 해?” “우리가 운동할 시간이 어딨어.”

공덕시장 상인과 중국 동포 종업원들이 번호표와 소변을 담을 컵, 건강인식 질문지를 받아들고 줄을 섰다. 상인 김필래씨(61)는 “하루 종일 앉아서 미싱을 돌리느라 병원 갈 시간도, 허리 아파도 운동할 여유가 없어 건강이 안 좋다”면서 “이렇게 찾아와서 검진을 해주니 고맙고 의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박종석씨(54)도 “대부분 상인들이 건강을 못 챙기고 일한다”며 “특히 종업원들은 일당 벌어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먹고살기 바빠 병원 가볼 시간이 없다”고 했다.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실험예술센터 2층에서는 홍익대를 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인들이 무료 건강검진을 받았다. 돈이 없어 학교 안 작업실에서 사는 이주연씨(20), 프리랜서로 홍대 앞 밴드 매니저를 맡고 있는 이병민씨(32) 등 음악인 30여명이 검진소를 찾았다. 가끔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싱어송라이터 임승묵씨(29)는 “곧 서른이 되어 한번 건강검진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참 고맙다”고 말했다.

마포의료생협은 다음주에 홍대 앞 상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망원시장 상인들까지 의료 취약계층 300여명을 상대로 검진을 벌인다. 마포의료생협 의료진 전재우씨(43)는 “서울역 노숙인 등의 진료는 해봤지만, 시장 상인이나 예술인 검진을 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의료 취약계층이 있다는 걸 새로 알았다”며 “일반 공공·민간 의료기관에서도 잘할 수 없는 부분이라 즐겁다”고 말했다. 조합은 건강검진 결과를 서류로 배송하고, 이상이 발견된 대상자는 개별 통보해 정밀진단을 하기로 했다.

조합원 550여가구가 모인 마포의료생협은 현재 출자금 1억2000만원 규모로, 다음달 11일 마포구 서교동에서 영상의학과, 가정의학과, 종합검진센터를 갖춘 병원을 개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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